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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용석《Holy Gray》
오용석
Youngseok Oh
기간
2017.9.9.~9.29.
주최 및 주관
공간 힘
틈: 무성생식의 공간
작가는 전시를 위해 일주일동안 숙소와 전시장을 오가며 ‘공간 읽기’ 작업을 했
다. 전시장의 비워진 ‘틈’을 메꾸고 칠하면서 바닥-벽면의 모호한 기준을 명확히
하고, 벽면의 구멍을 메꾸어 벽을 매끈하게 만들었다. 작가의 ‘공간 읽기’는 전시
장 전체를 화면으로 삼기 위해 공간 전체를 작업실로, 캔버스로 만든 것이었다.
경계 자체를 ‘틈’으로 보고 1과 0 사이의 무한성을 이야기하는 이번 전시 주제와
다르게 오히려 초기 작업 과정에서는 경계를 ‘선(Line)’으로 명확히 정리했다. 거
친 환경의 전시장 탓이기도 했지만 굳이 페인팅의 준비과정으로 보이는 이 과정
을 언급한 것은 작가만의 페인팅 구조를 공간으로 드러낸 주목할 만한 과정이었
기 때문이다. 작가는 공간의 각 구조들이 상관하는 관계를 포착하고, 자신의 정
체성과 함께 그 관계들을 무한한 화면으로 다시 구성하려는 ‘공간 읽기’를 시도한
것이다. 이러한 ‘읽기’의 방식은 주로 페인팅을 했던 작가의 작업 중 대표적으로
<Holy night>(서울시립미술관,2012)을 들 수 있다.
전체 화면이 180cm*1200cm인 이 작품은 어두운 밤을 연상하는 배경 속에 명확
하지 않은 형태의 사람들을 그린 드로잉이다.(엄밀히 말하면 사람이기보다 몸의
형태로 보이는 영혼/유령에 가깝게 보인다.) 그림은 어렴풋이 보아도 알 수 있는,
‘밤의 인식’과 닮아 있다. 정확한 시각정보가 아니라 다른 감각으로 혹은 이미 알
고 있기 때문에 저절로 떠올리게 되는 어떠한 ‘인식’ 자체인 것이다. 그림은 추상
과 같이 모호하게 보이는데, 뚜렷한 형체로써 ‘경계’이면서도 다시 밤의 배경으로
덮이고, 다른 드로잉으로 덧입혀지기 때문이다. 하나의 견고함이 어둠으로 덮일
때 다른 감각들이 살아나는 경험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것이다. 이러한 표현 방법
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전시장 전체 ‘공간’으로 드러내고자 했다.
전시장에 들어서면 노란색과 회색의 페인팅이 곳곳에서 다양한 모양으로 발견된
다. 기둥, 천장보, 벽 등 전시장의 구조들이 서로 상관되어 빛과 그림자가 비춰지
는 대신 노란색과 회색의 페인팅이 그 곳에 자리한다. 전시장 구조에 의해 만들
어진 그림자이지만 작가는 그림자라고 명확히 할 수 없도록 강렬한 노란색의 페
인팅을 하여 오히려 빛이 비춰지게 보이도록 했다. 물론 명확히 보여 지는 것도
있지만 그 중에는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페인팅도 곳곳에 있다.
작가는 공간 속 구조물 각각이 상관되어진 그림자, 틈, 빛 등에서 무한함을 포착
한 것이다.
이처럼 큰 구조물이 상관되지 않더라도 수평·수직의 구조들이 수도관과 관계하
여 평행하도록 보이는 선 드로잉도 있고, 노랑(주황색)과 회색으로 이뤄진 바닥
타일무늬 사이에 있는 두 자리들, 도상성을 가진 작은 종지 두 개, 살아있는 식물등은 각 위치에서 공간의 구조들과 긴밀하게 관계하고 있다. 전시장 자체가 페인팅을 하는 하나의 화면이며, 작가가 가져다 놓은 물건들은 원래 주어진 구조물들과 관계하는 또 하나의 ‘오브제’인 것이다. 이 모든 페인팅과 크고 작은 오브제들은 ‘경계’에 있거나 ‘경계’를 이룬다. 하지만 공간의 여러 구조들이 이루는 관계 속에서 둘을 구분 하는 ‘선(Line)’이 아니라 둘 사이의 무한한 상관관계를 만드는‘면’으로 작동하는 것이다.
전시장에는 총 3편의 긴 롤 드로잉을 읽을 수 있다. 2014년부터 작가가 수집했던
드로잉, 보도 기사, 사진이미지, 책의 한 페이지, 메모, 단어 등 이다. 그 중 먼저,
바닥 타일 색으로 경계 지어진 회색의 ‘틈’에서는 <생각의 길이>를 볼 수 있다. 작
가는 ‘광인’, ‘무성생식’ 등의 보통의 일상적인 것과 먼 단어들을 기록했다. 낯설게
느껴지는 타인(작가)의 낱말들이 견고한 인식에 틈을 만들고 영역을 확장시킨다.
한편에서는 특히나 성 정체성을 드러낸 몸, 그러한 몸과 몸의 관계를 주제로 한
사진이미지들의 수집인 <몸의 유형학>을 볼 수 있다. 그러나 그 왼쪽에 <Holy
Gray>는 교회의 도상학과 관련한 롤 드로잉이다. 두 드로잉은 한 테이블에 함께
놓여 있는데, 교회의 성스러움은 도상이라는 하나의 형태들로 견고하게 자리하
지만 그 경계 속에서 다양하고 무한한 확장을 경험하도록 하면서 두 드로잉이 관
계하고 있다.
전시장은 주어진 구조물 혹은 새로운 오브제들이 각각과 관계하면서 새롭게
‘틈’을 만들고, 그 틈 사이를 벌리면서 ‘무성생식’과 같이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는
‘틈’ 자체이다. 여기서 ‘틈’은 구멍이기보다 구멍으로 보이는 세상으로 의미한다.
견고함과 견고함의 사이, 견고함을 뚫을 무한한 틈을 기대해본다.
김선영

Youngseok Oh
기간
2017.9.9.~9.29.
주최 및 주관
공간 힘
틈: 무성생식의 공간
작가는 전시를 위해 일주일동안 숙소와 전시장을 오가며 ‘공간 읽기’ 작업을 했
다. 전시장의 비워진 ‘틈’을 메꾸고 칠하면서 바닥-벽면의 모호한 기준을 명확히
하고, 벽면의 구멍을 메꾸어 벽을 매끈하게 만들었다. 작가의 ‘공간 읽기’는 전시
장 전체를 화면으로 삼기 위해 공간 전체를 작업실로, 캔버스로 만든 것이었다.
경계 자체를 ‘틈’으로 보고 1과 0 사이의 무한성을 이야기하는 이번 전시 주제와
다르게 오히려 초기 작업 과정에서는 경계를 ‘선(Line)’으로 명확히 정리했다. 거
친 환경의 전시장 탓이기도 했지만 굳이 페인팅의 준비과정으로 보이는 이 과정
을 언급한 것은 작가만의 페인팅 구조를 공간으로 드러낸 주목할 만한 과정이었
기 때문이다. 작가는 공간의 각 구조들이 상관하는 관계를 포착하고, 자신의 정
체성과 함께 그 관계들을 무한한 화면으로 다시 구성하려는 ‘공간 읽기’를 시도한
것이다. 이러한 ‘읽기’의 방식은 주로 페인팅을 했던 작가의 작업 중 대표적으로
<Holy night>(서울시립미술관,2012)을 들 수 있다.
전체 화면이 180cm*1200cm인 이 작품은 어두운 밤을 연상하는 배경 속에 명확
하지 않은 형태의 사람들을 그린 드로잉이다.(엄밀히 말하면 사람이기보다 몸의
형태로 보이는 영혼/유령에 가깝게 보인다.) 그림은 어렴풋이 보아도 알 수 있는,
‘밤의 인식’과 닮아 있다. 정확한 시각정보가 아니라 다른 감각으로 혹은 이미 알
고 있기 때문에 저절로 떠올리게 되는 어떠한 ‘인식’ 자체인 것이다. 그림은 추상
과 같이 모호하게 보이는데, 뚜렷한 형체로써 ‘경계’이면서도 다시 밤의 배경으로
덮이고, 다른 드로잉으로 덧입혀지기 때문이다. 하나의 견고함이 어둠으로 덮일
때 다른 감각들이 살아나는 경험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것이다. 이러한 표현 방법
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전시장 전체 ‘공간’으로 드러내고자 했다.
전시장에 들어서면 노란색과 회색의 페인팅이 곳곳에서 다양한 모양으로 발견된
다. 기둥, 천장보, 벽 등 전시장의 구조들이 서로 상관되어 빛과 그림자가 비춰지
는 대신 노란색과 회색의 페인팅이 그 곳에 자리한다. 전시장 구조에 의해 만들
어진 그림자이지만 작가는 그림자라고 명확히 할 수 없도록 강렬한 노란색의 페
인팅을 하여 오히려 빛이 비춰지게 보이도록 했다. 물론 명확히 보여 지는 것도
있지만 그 중에는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페인팅도 곳곳에 있다.
작가는 공간 속 구조물 각각이 상관되어진 그림자, 틈, 빛 등에서 무한함을 포착
한 것이다.
이처럼 큰 구조물이 상관되지 않더라도 수평·수직의 구조들이 수도관과 관계하
여 평행하도록 보이는 선 드로잉도 있고, 노랑(주황색)과 회색으로 이뤄진 바닥
타일무늬 사이에 있는 두 자리들, 도상성을 가진 작은 종지 두 개, 살아있는 식물등은 각 위치에서 공간의 구조들과 긴밀하게 관계하고 있다. 전시장 자체가 페인팅을 하는 하나의 화면이며, 작가가 가져다 놓은 물건들은 원래 주어진 구조물들과 관계하는 또 하나의 ‘오브제’인 것이다. 이 모든 페인팅과 크고 작은 오브제들은 ‘경계’에 있거나 ‘경계’를 이룬다. 하지만 공간의 여러 구조들이 이루는 관계 속에서 둘을 구분 하는 ‘선(Line)’이 아니라 둘 사이의 무한한 상관관계를 만드는‘면’으로 작동하는 것이다.
전시장에는 총 3편의 긴 롤 드로잉을 읽을 수 있다. 2014년부터 작가가 수집했던
드로잉, 보도 기사, 사진이미지, 책의 한 페이지, 메모, 단어 등 이다. 그 중 먼저,
바닥 타일 색으로 경계 지어진 회색의 ‘틈’에서는 <생각의 길이>를 볼 수 있다. 작
가는 ‘광인’, ‘무성생식’ 등의 보통의 일상적인 것과 먼 단어들을 기록했다. 낯설게
느껴지는 타인(작가)의 낱말들이 견고한 인식에 틈을 만들고 영역을 확장시킨다.
한편에서는 특히나 성 정체성을 드러낸 몸, 그러한 몸과 몸의 관계를 주제로 한
사진이미지들의 수집인 <몸의 유형학>을 볼 수 있다. 그러나 그 왼쪽에 <Holy
Gray>는 교회의 도상학과 관련한 롤 드로잉이다. 두 드로잉은 한 테이블에 함께
놓여 있는데, 교회의 성스러움은 도상이라는 하나의 형태들로 견고하게 자리하
지만 그 경계 속에서 다양하고 무한한 확장을 경험하도록 하면서 두 드로잉이 관
계하고 있다.
전시장은 주어진 구조물 혹은 새로운 오브제들이 각각과 관계하면서 새롭게
‘틈’을 만들고, 그 틈 사이를 벌리면서 ‘무성생식’과 같이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는
‘틈’ 자체이다. 여기서 ‘틈’은 구멍이기보다 구멍으로 보이는 세상으로 의미한다.
견고함과 견고함의 사이, 견고함을 뚫을 무한한 틈을 기대해본다.
김선영






